니들이 안해서 내가 했다 -뉴스룸 시즌3 1화 한글자막 제작기- 잡담




1. 나는 고행의 길을 걷기로 했다.



여긴 끌려가는 곳이지만 나는 자원한 꼴이다 왜그랬을까?




나는 뉴스룸을 좋아한다.

너희도 좋아하니까 들어왔겠지.


근데 아무도 번역 안하더라?

근데 이거 올리면 잡혀가냐?

잡혀가면 빠른 댓글로 글 내리라고 얘기해주셈.

암튼, 



뉴스룸은 미국 드라마 각본 장인으로 불리우는

아론 소킨이 쓴 작품이다.


http://en.wikipedia.org/wiki/Aaron_Sorkin

이 양반이 정말 대단한 양반인데,

엘리트 정치 드라마, 법정 드라마 중에 수작으로 꼽힐만한 것들은 거의 이분이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그야말로 글빨 쩔어주시는 분인데,

어퓨굿맨, 머니볼, 소셜네트워크, 웨스트윙, 등등등

엄청난 작품들을 쓰는 분이다.


그리고 아론 소킨은 다른 이유로도 좀 많이 유명한데,




뭐냐면




한 회당 대사량이

다른 드라마들의 3배는 된다는 거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죄다

초 엘리트에

초 엘리트 고등교육을 받은 인간들이 주로 나와서

초 엘리트 적인 말장난에

초 엘리트적인 단어구사와

초 엘리트다운 말속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번역난이도로 따지면, 의학드라마랑 삐까뜬다.




근데


이번 가을

11월 9일인가?

이분의 작품 뉴스룸이

시즌 3로 돌아왔는데



(HBO성님들이 만드는 거니까 아직 뉴스룸 안본 사람은 당장 달려가서 믿고 보도록하자)


아직까지 아무도 한글자막 제작을 안하고 있던거시다.


되도 않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살려


이번에 내가 번역을 해볼까 했다.










2. 3시간 후









많이도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해외에서 올라온 영어자막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일 뿐인데

이건 너무 많다. 진짜 레알

아론소킨 드라마 진자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이럴줄은 몰랐다.


대사마다 번호 보이는가?

저게 1200까지 있다.


(이게 마지막 텍스트다. 1146개네...?)







대충 번호 하나당 2줄정도 되니까


.....



작업시간은 더럽게 오래 걸릴것으로 예상된다.

이번화는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사건이 주요 내용인 듯하다.



내가 자막을 만들때는 보통

옆에 드라마를 띄워놓고

텍스트를 바로 옆에 띄우고

드라마를 보면서 한다.

물론 한번 보고 나서

다시 보는거다.



1. 드라마를 한번 제대로 보지 않고 자막만 보고 만들면,
극 전체 흐름과 맞지 않는 발번역이 나온다.

2. 드라마를 옆에 띄워놓고 보면서 하지 않으면,
누가 얘기를 하는건지, 등장인물사이의 관계에 따른 존칭 등의 뉘앙스도 놓치기 쉽다.




위의 두개의 이유로 계속 재생을 눌렀다 말았다,

텍스트파일을 수정했다 다시 돌아오고

겁나게 손이 많이간다.


그래서 해외 성님들이 싱크는 기가막히게 맞춰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일단 1일차에는 300번대까지만 하고 그만하기로 했다.










3. 난이도



앞서 말했듯이,

그냥 독해를 잘하고 어휘를 부드럽게 번역하는게 다가 아니다.



극중 인물들이 워낙 지적 수준이 높게 나오는지라

미국에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되고

평생 처음 본 숙어도 튀어나온다

그럴땐 구글신의 도움을 받자

구글번역기는 존나짱이다.

물론 만능은 아니다

그럴 때 쓰라고 의역이 있는거다

요 대사에서도 보듯이,

등장인물들이

똘똘한 사람들이라 말을 빙빙 돌리는 걸 좋아한다.


케네디 암살사건이라고 말하면 좋을거슬


굳이

63년 달라스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미국역사 잘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못알아먹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번역해서

주석도 예쁘게 달아줬다.




이장면도 마찬가지다.

소셜 네트워크의 크라우드 소싱 저널리즘 미디어로서의 역량에 대해 논하는 장면인데


거기에 반대한다는 표현으로

'세일럼에서도 그런방식으로 잘 돌아가더라'

라고 한다.


세일럼은 뭐고 대체 뭔소리야 싶어서 의역하고자 했는데


예전에 CRUCIBLE이라는 미국문학작품에서

세일럼이 나온걸 기억해내서

때려맞출 수 있었다.

세일럼은 메사추세츠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예전부터 마녀사냥으로 굉장히 유명한 동네였다.




그러니까 마녀사냥이 군중몰이로 이뤄진것처럼 소셜 네트워크도 그런 위험이 있다~


이거다.


참 더럽게 어렵게 말한다. 











미국 문학이나 대중문화 작품들도 잘 알아야 하나보다

미드 보다보면 

'너 어디나온 누구같네'

'이건 무슨 영화같네'


라고 제목만 띡 말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미국의 도메스틱한 작품에 대해 잘 모르므로

나도 모르므로

그냥 제목만 한글 정발판 제목을 번역하고 따로 설명은 안붙였다.





또,

번역할 때 재밌는게,

말장난 같은걸 로컬라이징해서 비슷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번화에는 그런게 별로 없긴 했는데

예를들어

견과류 알러지 때문에 혀가 부어버린 앵커.

언제부터 치킨샐러드에 호두를 넣은거야!! ㅂㄷㅂㄷ

그래서 이때부터 발음이 뭉개지기 시작하는데

ballon 발음이 안돼서

bassoon으로 발음을 한다.

이걸 한국식으로 바꿔서


요렇게 바꿔봤다.

다행히 풍선과 바순이 발음이 비슷해서 하기가 편했다.






4. 시간




이게 진짜 최악인데,

내가 워낙 오랜만에 번역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거 총 번역시간만

10시간 가까이 걸렸다.

진짜 오바다 이거진짜

너무 힘들다.

손가락 아프다.


시간 개오래걸린다.


그래도 구글과

유투브와

사운드클라우드가 함께해줘서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김에 노래추천한다.







진짜 개신남 ㅎㅎ


아무튼



계속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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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해서


완성된게 이거다.


역시

대단한 지름길도, 해결책도 없다.

그냥 정신나간 듯이 만들면 되는거더라

물론 2화는 안만들거다.

이건 미친짓이야




사실 무서워서 자막은 안올리려고 했는데

하루정도만 올렸다가 내리겠음여

내렸음



덧글

  • 지나가다 2014/11/21 13:31 # 삭제 답글

    멋있어용!!! ㅜㅠ ....잘보겠습니다
  • 2014/11/21 16:16 # 답글

    정성이 느껴집니다
  • mh 2014/11/21 17:11 # 삭제 답글

    잘봤어요!!!!!!!!
  • 솔다 2014/11/21 17:51 # 답글

    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웃
  • 베타니 2014/11/21 18:01 # 답글

    잘볼께요ㅜㅜㅜㅜ 짱이셔요
  • ㅇㅇ 2014/11/21 18:07 # 삭제 답글

    성인이십니다
  • 유네인 2014/11/21 19:36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번역 계속하면 파워블로거 되는 건 식은죽 먹기일듯... 번역기도 재밌구, 마지막에 음악도 대박 조음 ㅋㅋㅋㅋㅋ 수고했땅ㅇㅇㅇㅇ
  • ej 2014/11/21 19:43 # 답글

    우앙 ㅠㅠ 짱이에요!
    전 뉴스룸 잘몰랐는데 이 포스팅 보구 감동받아서ㅋㅋㅋ!! 꼭 봐야겠습니당!!
    진짜 짱짱맨~
  • Moment 2014/11/21 20:46 # 삭제 답글

    잡혀가지는 않으나 누가 배급사? 제작사? 같은데 찌르면 벌금을 윾엒하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B 2014/11/21 23:24 # 삭제 답글

    지나가다 보고 남깁니다. ㅠ_ㅠ 덕분에 정말 잘 봤어요. 멍하니 영문 자막 보다가... 이건 내 수준과 맞지 않는다며 좌절할 때 짠하고 자막이!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 PSH 2014/11/24 11:12 # 삭제 답글

    덕분에 열번이나 볼수있었어요. 능력자분들 아니시면 전 뉴스룸 근처에도 못갔을듯
    감사합니다!!
  • 2014/11/27 18:3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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